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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하루 - 수첩 만들기부터 강원감영까지

by 니케2770 2026. 5. 11.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한 날이었어요.
 
공방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들은 완성된 수첩을 보자마자 눈이 반짝였어요. 자기 수첩엔 뭘 넣을지, 어떤 색으로 꾸밀지 벌써부터 신이 나서 떠들었죠.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저는 표구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구란 그림이나 글씨, 서화 작품을 족자나 액자로 꾸미고 보존하는 전통 기술인데요, 공방 한편에는 제가 직접 만드는 전통 수첩 작업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오늘은 그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첩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작은 손으로 만들어가는...

 

수첩 만들기, 작은 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수첩 만들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표지 종이를 고르고, 속지를 맞게 접고, 바늘에 실을 꿰어 오침안정법으로 한 땀 한 땀 엮어나가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처음엔 바늘을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금세 익숙해졌어요. 실을 꿰고, 구멍을 찾아 바늘을 넣고, 천천히 당기면서 책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어요. "내가 만들고 있어!"라는 그 뿌듯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죠.
 
표지를 선택할 때도 한바탕 소란이 났어요. 크라프트 표지를 고를지, 초록 색지를 고를지 저마다 의견이 달랐거든요. 술 장식 색깔을 고르는 것도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제각각 다른 색을 골랐어요.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완성된 수첩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게 수작업의 매력이기도 하죠.
 
간식을 먹고, 다시 손을 움직이고, 집중하는 얼굴들을 바라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흐뭇해졌어요.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달 속에서 노는 아이들
무엇을 잡았는가? 그대들~

공방 밖으로 나선 오후

수첩이 완성되고 나서는 중앙시장 골목을 함께 걸었어요. 오래된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은 아이들 눈에도 흥미로웠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었어요. 벽화 앞에서 장난치고, 강원감영 다리 위에서 뛰어다니고, 담벼락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는 너도나도 들여다보느라 한참을 웅크렸죠. 어른인 저도 같이 웃음이 났어요.
중간엔 공방 뒷계단으로 나갔어요.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깔깔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브이를 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파란 하늘 아래서 웃는 얼굴들이 너무 예뻤어요.

가끔은 아래도 내려다보며 살자~
거기 너 있어? 나 여기 있어.

 

받아 주시오 !~~

그 말 한마디

수학 강사로 살아오며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늘 듣고 싶어 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그 웃음소리를 양껏 들었습니다.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말했어요.
"근래 들어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오늘 하루 피곤함이 싹 녹아버렸어요. 몸의 피곤을 마음의 즐거움이 앞선 날이에요.
 
이런 하루를 함께할 수 있는 공방 클래스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표구와 전통 수첩 만들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