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공방으로 출근하는 길에 집 앞에 핀 흰 꽃가지를 꺾어 왔습니다.
꺾는 순간, 작은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을 내 손으로 꺾어버린 것이니까요. 그래도 예쁘게 꽂아두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를 달래며 공방 문을 열었습니다.
분홍빛 도자기 화병에 꽂아 선반 위에 올려두었더니, 뒤로 늘어선 액자들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누가 연출한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공방이 조금 더 환해 보였습니다.
저는 표구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구란 그림이나 글씨, 서화 작품을 족자나 액자로 꾸미고 보존하는 전통 기술입니다. 낡고 바랜 작품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하면 조금 더 와닿을까요. 오래된 것을 소중히 다루는 이 일이 좋아서 공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 공방 바로 옆에는 오빠의 표구사가 있습니다. 경력 60년, 한 자리에서만 46년을 지켜온 표구사입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 그것도 평생을 이 일에 바친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든든한 뿌리가 됩니다. 오빠의 작업실에서 풍겨오는 풀 냄새와 한지 냄새는 어릴 때부터 맡아온 익숙한 냄새입니다. 그 냄새가 곧 저의 표구 공방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공방의 하루는 조용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일거리가 많지 않은 날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 주길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깁니다. 그 시간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싫지 않습니다.
공방 한켠에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그곳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충만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심심함보다 충만함이 훨씬 크다는 걸, 공방을 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표구 작업대 위에는 늘 풀과 솔, 배접지가 놓여 있습니다. 작품이 들어오는 날이면 그 도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날이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킵니다. 저도 그 도구들처럼, 때로는 조용히 제자리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공방의 앞날을 천천히 그려갑니다.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갈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 옆에서 60년을 한결같이 걸어온 오빠를 보며,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웁니다. 지금 이 시간이 그 계획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
표구는 오래된 것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바래고 낡은 작품을 다시 살려내는 이 공간에서, 오늘은 봄꽃 한 가지와 함께 나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도 공방 문을 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