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길 위에서
처음 표구 공방을 차린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나 저를 아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했습니다.
“네가 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업으로 삼아온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방이라니.
그것도 표구 공방이라니.
오빠가 오랜 시간 표구사를 해온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 날 오빠 표구사 바로 옆 상가에
공방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미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표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선생님의 한마디가
이 모든 시작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보는 건 어떨까?”
그 말에 표구를 배우기로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오빠에게 배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표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배접뿐 아니라
표구의 역사와
오래된 작품 속 종이와 나무,
비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예전 글에서 다루었던
수결과 간찰 같은
이전에 존재했던 글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가
참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이야기가
오빠에게서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나이도 적지는 않지만
오빠보다는 어리니
지금이라도 배워보자.
16살에 시작해
6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오빠의 솜씨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일을
이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던 어느 날,
오빠 옆 가게가 비어 있는 것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전에도 비어 있었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공방을 차렸지만
아직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배접을 익히고,
초배를 배우고,
오빠가 작품을 표구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지냅니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길입니다.
아직은 서툴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손을 움직이며 익혀가고 있습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