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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공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아침, 공방으로 출근하는 길에 집 앞에 핀 흰 꽃가지를 꺾어 왔습니다.꺾는 순간, 작은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을 내 손으로 꺾어버린 것이니까요. 그래도 예쁘게 꽂아두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를 달래며 공방 문을 열었습니다.분홍빛 도자기 화병에 꽂아 선반 위에 올려두었더니, 뒤로 늘어선 액자들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누가 연출한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공방이 조금 더 환해 보였습니다.저는 표구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구란 그림이나 글씨, 서화 작품을 족자나 액자로 꾸미고 보존하는 전통 기술입니다. 낡고 바랜 작품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하면 조금 더 와닿을까요. 오래된 것을 소중히 다루는 이 일이 좋아서 공방 문을 열었습니다.그리고 제 공방 바로 옆에는 오빠.. 2026. 4. 16.
표구의 기초, 배접지란 무엇인가? 표구 작업에서 작품 뒤에 종이를 덧대는 작업을 배접이라고 하고, 이때 사용하는 종이를 배접지라고 합니다. 배접지는 작품을 보호하고 형태를 잡아주는 핵심 재료입니다. 어떤 배접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와 수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표구를 배우는 분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입니다.배접지의 종류와 특징배접지로는 주로 한지가 사용됩니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져 질기고 보존성이 뛰어나며, 풀과의 접착력도 좋아 표구 재료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습니다.한지 중에서도 쓰임새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순지(純紙)**는 얇고 부드러워 작품에 직접 닿는 첫 번째 배접에 주로 사용합니다. 섬유결이 곱고 작품 표면에 무리를 주지 않아 섬세한 수묵화나 서예 작품에 적합합니다.**장지(壯紙)**는 순.. 2026. 4. 15.
표구 풀 농도, 왜 다르게 써야 할까? 표구를 하다 보면 작품의 형식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족자와 액자에 사용하는 풀의 농도 차이, 그리고 천과 종이에 따른 농도 조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족자는 묽은 풀을 씁니다족자는 말았다 펼쳤다를 반복하는 특성상, 풀이 너무 강하면 종이나 비단이 뻣뻣해지거나 갈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족자 작업에는 묽게 희석한 풀을 사용합니다.농도가 낮은 풀은 섬유 조직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면서 작품과 배접지를 유연하게 결합시켜 줍니다. 덕분에 족자를 보관할 때 돌돌 말아도 표면에 크랙이 생기거나 들뜨는 현상이 훨씬 줄어들죠.액자는 진한 풀을 씁니다반면 액자는 고정된 틀 안에 작품이 팽팽하게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착력이 강한 진한 풀이 필요합니다.진한 풀은 건조되면서.. 2026. 4. 13.
버려진 작품을 다시 붙이는 일 (무위당 선생님의 작품을 수리하며) 어느 날오빠가 길을 걷다 버려진 액자 하나를 보았습니다.표구가 되어 있던 작품이었는데빛이 드는 쪽은 색이 많이 바래 있었고여기저기 상해서가 아니라얼룩이 져서 버려진 액자였습니다.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발걸음이 멈췄다고 했습니다.가까이에서 보니종이는 이미 많이 약해져 있었고군데군데 얼룩이 번져 있었습니다.오래 두지 못할 상태였습니다.하지만그 안에 담긴 작품은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그 글은무위당 선생님의 그림과 글씨였습니다.버려진 액자에서작품을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이미 한 번 표구가 되어 있었던 작품이라더 신중해야 했습니다.종이를 해치지 않도록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풀어내고다시 손을 보기 시작했습니다.종이를 정리하고손상된 부분을 보강할 작품이 아닌다시 처음부터 표구를 해야 했습니다.떼낸 작품을.. 2026. 4. 11.
원주 상운당 표구 공방에서 만든 전통 수첩 이야기 공방을 시작하며 오시는 손님들께 드릴 작은 선물을 고민했습니다. 표구사이자 표구 공방이지만모든 분들께 액자를 드리는 것은 준비 시간과 여건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오래전부터 오빠가 만들어오던 작은 수첩이었습니다. 작은 엽서에 인사를 적고수첩을 함께 건네드렸을 때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더 귀하게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수첩을 따로 구입할 수 있느냐”는문의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 수첩은 종이에 비단을 바르고구멍을 뚫어 실로 엮는 과정을 거칩니다.짧은 시간 안에 많이 만들 수 있는 작업은 아니지만하나하나 손을 거친 수공의 과정이라는 점에서저희에게도 애정이 깊은 작업입니다. 표구와는 다른 작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종이와 종이를 바르고 이어가는 이 과정은결국 같은 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위.. 2026. 4. 7.
잠깐 앉아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들의 곡이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이 찬혁 군의 음악은 늘 예상과는 다른 방향에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찬혁 군이 지난해 말 발표했던 곡도 무척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결이 있었고, 한동안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또 이 수현 양이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그리고 그 깊은 시간 속에서 그녀를 다시 끌어올린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그들의 관계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그들의 신곡을 듣게 되었습니다.시간의 낙원은“잠깐 앉아요…”라는 말로 시작됩니다.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노래는 음악이라기보다누군가가 제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가만히 앉아 있으라고,조금 쉬어가도 된다고,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습니다.웃기게도.. 2026.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