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 원주 상운당 표구 공방에서 만든 전통 수첩 이야기 공방을 시작하며 오시는 손님들께 드릴 작은 선물을 고민했습니다. 표구사이자 표구 공방이지만모든 분들께 액자를 드리는 것은 준비 시간과 여건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오래전부터 오빠가 만들어오던 작은 수첩이었습니다. 작은 엽서에 인사를 적고수첩을 함께 건네드렸을 때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더 귀하게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수첩을 따로 구입할 수 있느냐”는문의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 수첩은 종이에 비단을 바르고구멍을 뚫어 실로 엮는 과정을 거칩니다.짧은 시간 안에 많이 만들 수 있는 작업은 아니지만하나하나 손을 거친 수공의 과정이라는 점에서저희에게도 애정이 깊은 작업입니다. 표구와는 다른 작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종이와 종이를 바르고 이어가는 이 과정은결국 같은 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위.. 2026. 4. 7. 잠깐 앉아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들의 곡이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이 찬혁 군의 음악은 늘 예상과는 다른 방향에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찬혁 군이 지난해 말 발표했던 곡도 무척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결이 있었고, 한동안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또 이 수현 양이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그리고 그 깊은 시간 속에서 그녀를 다시 끌어올린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그들의 관계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그들의 신곡을 듣게 되었습니다.시간의 낙원은“잠깐 앉아요…”라는 말로 시작됩니다.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노래는 음악이라기보다누군가가 제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가만히 앉아 있으라고,조금 쉬어가도 된다고,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습니다.웃기게도.. 2026. 4. 4. 오빠의 시간, 도구의 시간 이 도구들은 오빠가 오랜 시간 표구를 배우고,서울에서의 시간을 지나 원주에 자리를 잡으며함께해 온 것들입니다. 표구사 한쪽에는 오래된 풀통이 있습니다.이 풀통은 제가 공방을 열기 전부터 있었고,오빠의 손을 거쳐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약 45년의 시간을 버텨온 도구입니다.겉은 닳고 빛이 바랬지만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풀을 쑤는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그날의 날씨와 종이의 상태에 따라조금씩 달라집니다.오빠는 늘 그 미묘한 차이를 손으로 기억하며같은 농도의 풀을 만들어냈습니다.그래서인지 이 풀통은단순한 그릇이 아니라오랜 시간 쌓인 감각을 담고 있는 도구입니다. 칼 또한 오빠의 것입니다.날은 수없이 갈아졌고손잡이는 오랜 시간 손에 쥐어지며깊은 색으로 변했습니다.이 칼은 많은 종이를 지나왔고수많은 작업의 순간.. 2026. 4. 4. 집에 있는 오래된 그림, 이렇게 보관하세요 버리지 말고, 먼저 이렇게 해보세요집을 정리하다 보면오래된 그림이나 글씨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그냥 보관해 두자니 걱정되고,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이럴 때 몇 가지만 알고 계시면작품을 더 오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1. 습기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종이는 습기에 약합니다.습기가 많은 곳에 두면곰팡이가 생기거나종이가 울 수 있습니다.가능하면건조하고 통풍이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2. 접어서 보관하지 않기공간이 부족하다고접어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지만 한 번 생긴 접힘은나중에 펴도 흔적이 남게 됩니다.가능하면 펼쳐서 보관하거나말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3. 직사광선을 피하기햇빛이 오래 닿으면색이 바래거나 종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그래서 빛이 강하게 드는.. 2026. 3. 31. 처음 표구를 시작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길 위에서처음 표구 공방을 차린다고 했을 때친구들이나 저를 아는 사람들은어리둥절해했습니다.“네가 왜?”대학을 졸업하고지금까지 업으로 삼아온 일은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그런데 갑자기 공방이라니.그것도 표구 공방이라니.오빠가 오랜 시간 표구사를 해온 것은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그런 제가어느 날 오빠 표구사 바로 옆 상가에공방을 차리게 되었습니다.미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표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선생님의 한마디가이 모든 시작이 되었습니다.“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보는 건 어떨까?”그 말에 표구를 배우기로 했지만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미처 몰랐습니다.오빠에게 배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표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알게 되었습니다.오빠는 배접뿐 아니라표구.. 2026. 3. 29. 이거 얼마나 걸려요? 공방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거 얼마나 걸려요?”표구사, 공방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비슷한 질문을 자주 듣게 됩니다.그중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이거 얼마나 걸려요?”입니다.표구는 금방 끝나는 작업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재단을 하고,풀을 먹이고,말리고,다시 손보는 과정을여러 번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업 기간을 여쭤보시면짧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또 하나 많이 듣는 질문은“이거 그냥 액자로 하면 되나요?”입니다.물론 가능합니다.하지만 작품의 상태나 용도에 따라족자가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고,액자일 경우에도액자틀, 비단, 형태 등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때로는 저희가 작업할 수 없는 작품이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그럴 때는 죄송하지만거절을 할 수밖에 없.. 2026. 3. 28. 이전 1 2 다음